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며 식품업계에서 적극적인 사업 구체화에 나서고 있다. 알약 형태의 건기식과 음료 등 일반 식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구성해 판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건기식과 일반식품을 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게 하나의 일체형 제품으로 소분·제조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규제 실증특례 사업이 규제특례심의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 주관)에서 심의·의결됐다. 이로써 정제, 캡슐 형태의 건기식과 액상 식품(음료)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게 일체형으로 포장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그동안 알약이나 캡슐 형태의 건기식과 음료·식품을 같이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은 제조 판매가 허용되지 않았다. 건기식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식품은 식품위생법을 적용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샌드박스시범사업으로 정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1차 25개 제품을 포함해 2년간 최대 143개 제품에 대해 판매를 허용한다.

정부가 사실상 건기식과 일반식품이 합쳐진 제품을 허용하면서 식품가의 시계도 빨라졌다. 규제 실증특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CJ제일제당, 매일유업, hy, 풀무원 녹즙, 뉴트리원, 그린스토어 등이다.

hy(구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프리바이오틱스 B2B 사업 확대를 위해 논산 신공장 구축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신약 개발 연구 기업인 이뮤노바이옴과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기능성 식품과 생균 기반 의약품(LBP)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y는 ‘파마바이오틱스’(질병 치료 목적의 살아 있는 미생물) 개발에 앞장 설 계획이다. 또한 ‘개인 맞춤형 건기식’의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제품을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건기식 시장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인 CJ제일제당은 건기식 사업부를 사내독립기업인 건강사업CIC(Company In Company)로 독립시켰다. 건강사업 CIC는 임직원 100여 명 내외로 연구개발(R&D)·제조·유통·마케팅 등으로 구성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스타트업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초영양부터 스페셜케어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건기식 R&D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건기식 자체 브랜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은 최근 헬스앤뉴트리션 판매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설립했다. 헬스앤뉴트리션 판매사업부문은 매일유업이 운영하던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운영하는 사업부다. 원윳값 인상, 흰우유 소비 감소 등으로 유업계 시장이 정체를 맞은 가운데 건기식을 새 성장동력으로 마련했다. 매일헬스뉴트리션은 성인 영양식 업체로 입지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매일헬스뉴트리션 내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사코페니아연구소는 성인의 근감소 예방을 위한 영양 설계 제품 개발에 나선다.

건기식 시장은 매해 성장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기식 시장 규모는 4조9805억원으로 전년(4조6699억원)보다 6.6% 상승했다. 2015년 2조2294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이 매년 6~13%씩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올해 역시 5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2030년에 건기식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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