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방울까지, 착하게 빚다
드넓은 포도밭 농장. 직원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칠레의 대표적인 친환경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코노수르(Cono Sur)’는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자동차 이용을 금지한다. 자전거로 손쉽게 실어나르기 위해 와인병도 가벼운 것으로 바꿨다. 농약 대신 포도밭 사이사이에 향기로운 꽃을 심어 각종 해충으로부터 포도를 보호하고, 거위를 풀어놓아 땅속의 벌레들을 잡아먹게 하는 등 친환경 농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코노수르는 2007년 와이너리로는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 0% 인증(Carbon Neutral)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과 와인 대중화 영향으로 친환경, 비건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쉐린은 트렌드 보고서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고, 화학 첨가물이 없는 와인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착하게 빚다

비건 와인을 아시나요

와인은 포도를 발효해 만든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데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와인이 따로 있다니. 비건 와인을 알기 위해선 먼저 친환경 와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건 와인은 다양한 친환경 와인의 일종이다. 친환경 와인은 포도 재배부터 양조, 보관, 운송 등 와인 생산의 전반적인 과정에 걸쳐 환경을 고려한 와인을 의미한다. 친환경 와인은 통상 크게 유기농 와인, 비오디나미(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내추럴 와인, 비건 와인 네 가지로 분류한다.

유기농 와인은 유기농법에 따라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경작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유기농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는 달 등 천체와 토양의 순환에 맞춰 포도를 재배해 양조한 와인을 비오디나미 와인이라고 한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와인이다. 유기농 혹은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와 자연 발생 효모 이외에는 아무것도 넣거나 제거하지 않은, 거의 포도즙에 가까운 와인을 말한다.

비건 와인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와인이다.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와인은 정제하기 전 각종 유기물이 떠다녀 뿌옇고 탁하다. 깨끗한 와인을 얻기 위해선 이 부유물을 거르는 정제(청징, fining)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동물성 청징제가 쓰인다. 계란 흰자에서 추출한 단백질(알부민), 우유 단백질(카세인), 갑각류 껍질에서 나온 섬유(키틴), 물고기 부레로 만든 젤라틴 등이다. 비건 와인은 이런 동물성 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와인이다. 포도를 재배할 때도 식물성 비료만 쓴다.

코노수르 비씨클레타 등 인기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 와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와인 마니아도 많아져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눈이 까다로워지면서 친환경 와인을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도 친환경 와인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신세계L&B가 운영하는 와인앤모어의 친환경 와인(유기농·비오디나미·내추럴·비건 와인) 판매량은 2020년 전년 대비 300%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96% 늘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표적인 친환경 와인으로는 라벨에 커다란 자전거가 그려져 있어 ‘자전거 와인’으로 불리는 코노수르에서 생산된 ‘비씨클레타’를 비롯해 가성비 높은 스페인산 비건 와인 ‘코스타 알리칸테’, 우아한 프랑스산 비건 샴페인 ‘르 그레’, ‘내추럴 와인계의 롤모델’이란 별명이 붙은 ‘르 세드르’ 등이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