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대체육은 고기 아니라니까…"
대체육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축산업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축산업계는 “대체육은 고기라고 할 수 없다”며 명칭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체육이 탄소 절감에 도움이 되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8일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동물성 단백질 성분의 육류와 맛, 식감이 비슷하지만 영양 성분은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며 “‘육’이란 표현을 빼고 ‘대체식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육엔 고기와 비슷한 모양, 맛을 만들기 위해 레그헤모글로빈 메틸셀룰로스 등 첨가제가 들어가는데 해외 대체육 식품 일부에선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대체육은 고기와 식감·모양이 비슷한 대체 단백질 식품이다. 크게 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것과 동물 세포를 인공 배양한 것으로 나뉜다. 앞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대체육에 진짜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만큼 ‘육’ ‘고기’ ‘미트(meat)’ 등의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이마트가 대형마트 중 처음으로 수도권 20개 점포 축산코너에서 대체육 판매를 시작하자 대체육의 축산코너 판매 금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대체육에 대한 표기법은 따로 없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류와 대체육류 식품의 정의 및 유형을 구분하는 방안과 관련 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2019년 축산업의 영향력이 큰 미시시피 등 3개 주에서 식물로 만든 대체육에 고기란 표현을 금지했다. 프랑스도 2020년 대체육에 육류 관련 명칭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축산업계가 이처럼 견제에 나선 것은 최근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5조2500억원에서 2023년 6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 대체육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최근 건강,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55억원이다.

정부도 대체육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체육으로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대체육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축 사육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위원장은 “정부나 기업의 대체육 육성 사업은 축산업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