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신선란 3000만 개를 긴급 수입한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이후 계란값 인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이달 중 미국산 신선란 3000만 개를 신속히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물량은 연초 계란값이 큰 폭으로 뛸 당시 연간 수입물량으로 계획해놓은 것이다. 최근 몇 달간 국내 계란 수급이 안정되면서 가격이 내려가자 수입을 잠정 보류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산란계 농장 두 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전통시장과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계란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수입 결정을 내린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발생한 AI가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고, 방역체계 개편으로 AI가 더 확산하더라도 예년과 같은 공급 대란이 나올 가능성은 작은데도 불구하고 일부 유통업체가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수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겨울 들어 충남 천안과 전남 영암의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두 곳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24만 개로, 하루 총공급량(4500만 개)의 0.5% 수준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방역체계 개편으로 작년과 같은 대규모 살처분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고병원성 AI가 계란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한양계협회 산지 거래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등급의 계란 산지 가격이 지난 9일부터 개당 4원씩 인하됐다. 수도권 특란 기준 개당 가격은 152원에서 148원으로 내렸다. 정부가 수입한 미국산 계란은 국내산 계란을 사용하는 판매점 등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산 계란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