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문을 연 노브랜드버거 100호점 매장 앞에 야구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문을 연 노브랜드버거 100호점 매장 앞에 야구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버거킹 26년, 롯데리아 13년, 맘스터치 11년, 맥도날드 9년.’

노브랜드버거 질주…'최단기간 100호점' 기록
유명 버거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100호점을 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100호점 돌파는 시장 안착과 사업 안정화를 의미하는 핵심 지표다. 대기업 운영 유명 프랜차이즈도 100호점 문턱을 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품을 들였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신흥 강자 노브랜드버거가 프랜차이즈업계 ‘빅4’ 선배 기록을 제치고 최단시간 100호점 돌파 신기록을 세웠다. 2019년 8월 1호점을 낸 뒤 지난달 100호점을 내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사업이 유례없는 침체를 겪고 선두권 버거 프랜차이즈마저 정체를 겪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가성비 승부수’ 통했다

노브랜드버거는 신세계푸드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의 단체 급식을 맡으면서 시작한 사업이다. 신세계푸드는 당시 한식이 입에 맞지 않는 선수를 위해 햄버거를 준비했다. 외국인 선수 반응은 예상보다 좋았다. 한 끼에 버거를 10개 넘게 먹는 선수도 있었다. 신세계푸드가 확신을 갖고 버거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노브랜드버거 질주…'최단기간 100호점' 기록
이미 포화 상태였던 버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신세계푸드는 가성비 전략을 내세웠다. ‘왜 더 내? 이걸로 충분해(Why pay more? It’s good enough)’라는 노브랜드버거 슬로건은 신세계푸드의 방향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낸 문구다. 원정훈 신세계푸드 외식담당(사진)은 “단순히 가장 싼 햄버거가 아니라 가격에 비해 가장 품질이 좋은 햄버거를 선보이는 게 노브랜드버거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버거 제품 가격은 경쟁사의 평균 가격에 비해 약 20% 싸다. 품질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는 신세계푸드의 ‘바잉파워’ 덕분. 원 담당은 “같은 양파라도 대량으로 매입하다 보니 타사에 비해 훨씬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들여오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밑지는 장사를 하진 않는다. 노브랜드버거는 최근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용진이형’이 챙기는 노브랜드버거

‘가성비 버거’로 입소문이 나면서 노브랜드버거는 빠른 속도로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8월 홍익대 앞에 첫 매장을 낸 뒤 20개월 만에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100호점을 냈다. 코로나19로 외식 사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직영점 중심 전략으로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올해부터는 가맹 사업을 강화해 매장을 17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내년 320개, 2024년 1000개가 중기 목표다. 맥도날드·버거킹 매장 수가 약 400개, 롯데리아, 맘스터치 매장 수가 약 13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후년 맥도날드를 넘어서 5년 내 1위가 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매장의 8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는 시선을 영남권으로 돌리고 있다. 오는 7월 부산 서면에 3층짜리 단독 매장을 내고 본격적인 영남 공략에 나선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노브랜드버거 인기몰이를 위한 후방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노브랜드버거 매장 방문 사진을 올리며 홍보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공부한 정 부회장은 유학 시절 맛본 햄버거를 국내에 전파하기 위해 노브랜드버거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