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대세라는 대체육, 먹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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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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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되는 대체육
버거킹 ‘와퍼’는 강한 불맛과 고기맛으로 사랑 받는 햄버거입니다. 그런데 버거킹은 소고기 패티를 식물성 대체육을 바꾼 신 메뉴 ‘플랜트 와퍼(Plant Whopper)’를 출시해 햄버거 마니아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앞서 롯데리아도 지난해 11월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라는 대체육 패티 햄버거를 내놨죠.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대체육을 넣은 파니니(샌드위치의 일종) 2종을 최근 내놓았습니다.

대체육을 사용한 버거킹 '플랜트 와퍼'(위)와 투썸플레이스 '비욘드미트 더블 머쉬룸 파니니'. 음식이건 사람이건, 실물과 사진은 늘 이렇게 차이가 크지요./버거킹 투썸플레이스

국내에서도 대체육이 본격적으로 확산·대중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서 대체육이 음식점에 첫 등장한 건 2년 전인 2019년입니다. 서울 한남동 채식음식점 ‘몽크스부처(Monk’s Butcher)’에서 ‘비욘드버거(Beyond Burger)’를 내놨죠. 이어 서울 남산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호텔 등 고급 식당에서 실험적으로 대체육을 사용한 메뉴를 내놓았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이던 대체육이 2년만에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프랜차이드처럼 대중 식당에까지 진출한 거죠.

급성장·발전하는 대체육

대체육은 최근 식품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환경,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죠. 인구증가와 식량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도 주목 받습니다. 대체육은 기존 육류와 비교해 토양 사용량은 95%, 온실가스 배층량은 87% 줄일 수 있습니다. 가축 전염병 우려도 없죠. 단백질 함량은 높은 반면 지방과 포화지방산 함량은 낮습니다. 비타민 같은 영양소를 보충해 기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대체육은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에 효모를 주입·배양해 만듭니다. 콩이나 밀 추출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와 밀고기는 과거에도 있었죠. 하지만 최근 대체육은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훨씬 더 진짜 고기와 흡사합니다.

대표 대체육 기업인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에서 만드는 ‘임파서블 버거’는 익히면 진짜 고기처럼 붉은 육즙이 흘러나옵니다. 비결은 ‘헴(heme)’입니다. 헴은 헤모글로빈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고기가 핏기를 띠고 익혔을 때 고기 특유의 맛이 나게 하는 물질이죠. 임파서블 푸즈에서는 콩과 식물 뿌리에서 헴을 추출·복제했습니다. 여기에 감자 등에서 분리한 식물 단백질과 비타민, 코코넛 지방 등을 결합해 임파서블 버거를 생산합니다.

임파서블 푸즈 외에도 비욘드미트, 에이미스 키친, 컬드론 푸드, 퀸 푸드 앤 모닝스타 팜 등이 주요 대체육 업체로 꼽힙니다. 이중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미트가 가장 인지도가 높습니다. 비욘드푸드는 유명 요리사들이 극찬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유명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임파서블 푸즈는 미국 유명 수제 햄버거 프랜차이즈 ‘우마미 버거(Umami Burger)’와 손잡고 내놓은 ‘임파서블 버거’가 히트하며 명성을 얻었습니다.

중국 대체육 스타트업들은 돼지고기 맛 대체육 개발에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임파서블 푸즈, 비욘드미트 등 미국과 유럽 대체육 업체들은 서양인이 주로 소비하는 소·닭고기와 비슷한 대체육 개발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돼지고기를 등한시했죠. 홍콩 옴니포크(Omnipork)는 완두콩 단백질과 표고버섯 추출 성분, 쌀 등을 배합해 만듭니다. 색상과 모양, 질감이 ‘민찌(mince)’라고 흔히 부르는 간 돼지고기 같습니다. 홍콩의 한 중식당 주방장은 “옴니포크로 만든 마파두부와 만두는 진짜 돼지고기로 만든 것과 구분이 힘들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직은 진짜 못 따라가지만…

고기 없이도 와퍼 특유의 불맛과 고기 풍미가 유지될 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서둘러 가까운 매장에서 플랜트 와퍼를 맛봤습니다. 포장지를 열자 와퍼 특유의 불 냄새가 확 풍기더군요. 기존 와퍼보다 불맛이 오히려 더 강한 듯했습니다. 콩고기 특유의 냄새를 감추려고 불맛을 일부러 세게 낸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예상보다 꽤 괜찮았죠. 기존 와퍼의 소고기 패티보다는 탱글탱글한 식감이나 감칠맛은 떨어집니다. 햄버거 패티라기보단 간 돼지고기로 만든 완자 같으면서 약간 퍽퍽합니다. 병아리콩을 갈아서 동그랗게 빚어 튀기거나 구운 중동 음식 ‘팔라펠’과 비슷한 구수한 맛이 났습니다.

소고기로 만든 진짜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몰랐다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합니다. 고기를 먹지 못하고 먹을 수 없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듯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소고기 패티를 넣은 진짜 햄버거 맛을 알지요. 3분의 2쯤 먹은 플랜트 와퍼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비교를 위해 함께 구입한 기존 와퍼를 먹었습니다. 저라면 기존 와퍼와 플랜트 와퍼 중에서 선택을 고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투썸플레이스 파니니도 궁금해서 먹어봤습니다.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맛의 완성도에서는 플랜트 와퍼가 더 높았습니다. 하지만 플랜트 와퍼는 와퍼라고 하는 명확한 맛의 기준이랄까 비교대상이 존재하는 반면, 파니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불만족도가 덜하더군요. 이처럼 대체육은 아직까지는 ‘진짜 맛’이 뭔지 아는 음식보다는 그렇지 않은 음식, 새로운 형태의 음식이나 메뉴로 개발될 경우 경쟁력이 높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체육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짜 고기가 생각나지 않을만큼 맛있는, 진정한 대체육이 등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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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음식전문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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