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물가 고공행진’…외식업계 “장사 못하는데 비용부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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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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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4일 물가 동향 발표
넉 달 연속 3%대 상승 전망
인건비·금리인상 등 악재 수두룩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데일리안 = 임유정 기자] 지난해 가계 경제를 괴롭혔던 물가 상승세가 올해 초까지 꺾이지 않고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영업제한 등 거리두기 조치마저 추가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외식업 종사자들의 근심은 한층 더 깊어졌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집계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 이후 11월 3.8%, 12월 3.7%로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3%대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3%대 물가 상승률이 꽤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에 오름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매주 금요일마다 물가나 한국판뉴딜 등 주요 정책점검회의를 열지만 지난 3주간은 물가에만 집중한 물가관계차관회의로 운영했다. 물가관계차관회의는 현장점검과 연계해 주요 품목 가격·수급동향을 검토한다.

그간 정부는 관계 부처를 동원해 주요 품목의 가격을 점검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3일에는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 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아이스크림 등 가격 담합 불공정 행위 감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려 요인은 상당하다. 우선 설 명절 전 안정세였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설에 앞서 공급물량을 대거 풀면서 주요 성수품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해 왔으나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식업계 역시 설 이후 물가상승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설 연휴가 끝난 지난 3일 CJ제일제당을 시작으로 대상 등 장류 가격 인상도 본격화 되고 있고 있는 데다, 외식 원자재라 할 수 있는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도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대구 동구의 한 식당에서 직원이 예약받은 6인 식탁에 수저와 접시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뉴시스
동네 식당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이어 본격적인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식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매입원가 부담도 가중된다.

특히 대규모 외식업체는 대량구매 계약을 진행해 영향이 미미하지만 외식업 자영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원가 부담이 큰 수 밖에 없다. 매출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이번에는 ‘물가상승’ 이라는 또 다른 폭탄까지 떠안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김밥 집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참기름부터 깨, 계란, 쌀, 당근 등 김밥에 들어간 재료 어느 하나 안 오른 것이 없다”며 “대규모 프랜차이즈들도 올리는데, 작은 김밥 가게가 안 올리고 어떻게 버티겠나. 김밥 가격을 대대적으로 조정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감내해야 할 비용부담도 상당하다. 인건비·배달비 등 각종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한 데다, 지난달 1일부터 법정 공휴일에 일하는 직원들에게 많으면 2배에 이르는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등 부담 요인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에게 적용됐던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기한도 내달 종료된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를 시행했는데, 총 세 차례 연장 끝에 오는 3월 31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연장이 안 되면 또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만기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코로나 상황이 악화된 만큼 금리 인상과 금융지원 종료가 맞물리면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재료에 인상에 대한 부담은 당장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자연히 서민·중산층 가계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시장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메뉴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가계관리를 향후 어떻게 해 나갈지가 자영업자 매출 관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 밀키트 등 1인가구 들이 집밥을 해먹을 수 있는 조건이 완성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외식을 하지 않고 집밥을 해먹는 것으로 다시 돌아설 가능성도 크다”며 “정부는 자영업자의 비용부담을 줄여 줄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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