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소비에는 지갑 연다…편의점선 수백만원 와인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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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26. 오후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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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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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설에도 미코노미 바람은 여전
590만원 와인·900만원짜리 위스키 판매
세븐일레븐이 완판한 900만원짜리 맥캘란 ‘M디켄터’ 설 선물세트. [세븐일레븐]
GS25가 올해 설 선물 세트로 선보인 590만원 상당의 빈티지 와인 세트. [GS25 제공]


동네 편의점에서 수백만원짜리 와인·위스키 설 선물세트가 판매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성장세에 날개를 단 편의점 업계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장악하고 있는 설 선물 주류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특히 올해 설 대목과 함께 나를 위해 소비하는 ‘미코노미(MEconomy)’ 쇼핑 트렌드까지 맞물려 편의점에서도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GS25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로 내놓은 590만원짜리 빈티지 와인 세트가 대구에서 팔렸다. 유명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와인 6종으로 구성된 이 기획 세트는 전 세계 와인 애호가가 선호해 국내에서는 판매 물량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이 뿐만 아니다.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 꼭 맛보고 싶은 와인이자 ‘로망’으로 여기는 2002년 빈티지 프랑스 샤또 와인인 샤또오브리옹(133만원), 샤또라피트로칠드(193만원), 샤또라뚜르(161만원) 등 설 선물 와인도 현재까지 각각 1병씩 판매됐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 수준 1등급 와인으로 이른바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리스트에 꼽히는 와인이다. 고가 와인뿐만 아니라 희귀 양주도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이번에 설 선물로 한정 수량 선보인 맥켈란 시리즈 4종은 완판됐다. 900만원 상당의 맥켈란 ‘M디켄터’를 비롯해 764만원 상당의 맥켈란 ‘No.6’ 등 프리미어 위스키 재고가 출시 3주만에 동났다.

프리미엄 주류를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이 같은 소비 패턴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설 대목에만 반짝 매출이 상승하는 일시적 현상도 아니다. 지난해에도 CU는 5대 샤또 와인 130병을 초기에 완판시켰다. GS25는 1990년 빈티지의 샤또무똥로칠드(140만원)를 충북 음성 편의점에서 팔았으며, 세븐일레븐은 한정판으로 출시된 맥켈란 M디켄터를 서울 마포구의 편의점에서 판매했다.

편의점이 이처럼 와인·위스키 등 주류 판매 창구로 떠오를 수 있었던 데는 앱에서 주문·결제하면 당일 또는 늦어도 3일 이내에 지정하는 편의점에서 오프라인 픽업이 가능한 ‘스마트오더’ 방식이 가능해지면서다. 국세청이 지난 2020년 4월 스마트오더를 허용한 뒤로 편의점 업계는 본격적으로 앱을 통해 와인을 판매했다.

주류전문점에서 백화점·마트로 이동했던 와인·양주 판매의 주도권이 일부 편의점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전국 골목 곳곳에 위치한 약 5만개의 편의점 점포망이 위력을 발휘했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와인 판매 비중은 전체 와인 매출의 35%로 뛰었다. 전년에는 4.6%에 불과했다.

개별 소매점에서 구비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소비자들이 편의점으로 더욱 발길을 향하게 했다. GS25는 ‘와인25플러스’에서 와인부터 양주와 전통주까지 3500종의 주류를 구비하고 있으며 CU도 고가부터 중저가까지 온라인 와인숍 상품을 120종으로 늘려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지난해부터 와인을 비롯한 주류를 290종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늘렸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들이 ‘바잉 파워’를 기반으로 중저가부터 초고가까지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편의점도 안정적인 와인 플랫폼으로 안착하면서 프리미엄 주류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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