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밀가루·사료 값 폭등 조짐"…러시아발 '식량대란' 현실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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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3.15.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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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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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發 주요 곡물 수출 금지로 한국도 악영향
사료용 곡물 수입가격 급등 시 국내 낙동제품 및 가공식품 큰 부담
밀 가격 상승으로 국내 라면·과자·빵 제조업체도 긴장
[트빌리스카야(러시아)=AP/뉴시스]2021년 7월21일 러시아 트빌리스카야 마을 근처 밀밭에서 농부들이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2.1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러시아가 오는 6월 말까지 자국산 밀과 보리 등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것으로 알려져 글로벌 식량 대란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곡물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도 밀가루는 물론 관련 제품까지 도미노 가격 인상 압박이 클 전망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곡물 수출량이 급감할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은 공급량 부족 등으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다른 생산국가들도 자국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 곡물 수출에 빗장을 잠글 수 있다.

이 같은 수요 감소는 당장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이어 이 곡물을 주재료로 하는 사료 가격이 급등하며 양계와 돈육 등 국내 축산업 분야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료용 원재료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후 닭고기나 돼기고기 가격 급등이 불가피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발 국제 밀 가격 상승도 국내 관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밀을 주원료로 제분업계에서 생산하는 밀가루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러면 밀가루를 많이 쓰는 가공식품으로 도미노 가격 인상이 벌어진다. 피자와 빵은 물론 외식업계도 밀가루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제품 가격 인상이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6월까지 주요 곡물 수출 금지…각국 식량 안보 강화中

인테르팍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각)부터 밀·보리 등 주요 곡물과 설탕에 대한 수출을 오는 6월까지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수출 금지는 자국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다.

러시아는 밀의 최대 수출국이며 우크라이나는 밀 4대 수출국 중 하나로 양국은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양 국가에서 수입하는 곡물 비중이 전체 수입 물량의 10% 정도로 대부분 사료용이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곡물은 주로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을 금지하며 상황은 180도 변한다.

식량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다른 곡물 수출 국가들도 곡물 수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 헝거리를 비롯해 이집트, 터키 등은 자국 곡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을 강화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수요가 한국의 주요 곡물 수입 국가인 미국과 호주 등으로 몰리며 국제 곡물 가격은 다시 한번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는 우려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나 호주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韓 식량 자급률 45% 수준…사료용 제품 가격 인상설

글로벌 식량 대란이 발생할 경우 주요 곡물 자급률이 낮은 한국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21.0%,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 자급률은 45.8% 수준에 불과하다. 1990년대 식량 자급률이 70.3% 수준 대비 24.5% 포인트 하락했다.

밀의 경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 한국의 밀 자급률은 0.8% 수준이다. 99%를 해외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셈이다.

당장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곡물 가격 폭등이 국내 축산업 분야에 큰 고민이 되고 있다. 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양계와 돈육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도 난감한 입장이다. 국제 곡물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사료용 곡물을 수입할 수 밖에 없지만 농가에 공급하는 사료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글로벌 식량 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할 경우 사료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양계, 돈육 제품 가격도 이 도미노 인상이 벌어질 수 있다. 아울러 양계·돈육 제품 가격 인상은 또 다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수입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라면, 국수, 빵 등의 가공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 2021.12.05. livertrent@newsis.com


외식업계, 밀가루 가격 인상에 촉각…대응책 마련 부심

국내 제분업계도 러시아의 곡물 수출 금지 조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밀가루 주원료가 되는 소맥을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오는 만큼 단기적 영향은 적지만 국제 밀 가격 상승에 따른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의 경우 국제 밀 가격 동향을 살피며 B2B(기업간 거래) 제품 공급 단가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단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제품은 매출 비중이 적어 가격 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주요 밀가루 제조사가 밀가루 공급가를 올릴 경우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외식업계를 비롯해 과자, 빵, 라면 등 주요 가공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피자와 스파게티 등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외식 기업의 경우 국제 곡물 가격 인상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밀가루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A업체 관계자는 "뷔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피자, 스파게티 등 밀가루를 사용한 메뉴가 많아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제분업계의 밀가루 공급가 인상을 걱정하고 있다"며 "제품을 팔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B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곡물 수출 금지 영향에 따른 밀가루 가격 인상은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단 원재료 가격 인상이 가파를 경우 밀가루 판매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라면·과자·빵 등 제조사 곡물가격 상승 예의 주시

라면·과자·빵 등도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여파를 받는 품목이다.

라면 주 원료인 소맥 가격 변동성에 따라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라면업계는 지난해 주요 제품군 가격을 인상한 바 있어 밀가루 가격이 올라도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업체별 원가 상승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빵은 국제 밀 가격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이다.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은 빵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제품 판매가 인상도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의 여파가 아직 제조사에게는 미치지 않는 상황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제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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